“난 걔 처음 볼 때부터 싫었어.”
“그러시겠지.”
“걔 태국 데려가면 난 안 가.”
“흐음. 초딩처럼 굴려는 거야?”
아림이 志云을 빤히 올려다보며 말했다.
“뭐?”
“그렇잖아. 걔 가는 데는 안 갈 거야. 이러면서 왕따시키자는 거잖아.”
“그딴 거 아니거든!”
“그럼 데리고 가는데 문제없는 거지?”
“윽….”
“오빠들, 문제없대.”
“좋았어. 아림아, 넌 당장 가서 夏媛이한테 어울릴 것 같은, 최고로 야한 비키니를 섭외해라.”
“맡겨둬. 오빠들이야말로 성공해야 돼!”
“오케이.”
아림이 흥얼거리며 나가자, 서우와 현민은 머리를 모으고 어떤 식으로 夏媛의 방에 들어갈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맞은편 소파에 너부러져서 만화책을 보던 志云은 거기 휘말리기 싫어서 온실로 향했다.
온실에 앉아 새들을 보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먹구름이 낀 걸 보니 내일은 비가 올 것 같다.
‘오늘도 오려나?’
夏媛이 하늘 집에 들어온 지, 나흘째. 夏媛은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늘 온실에 들렀다. 딱히 대화를 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앉아서 새들이랑 놀고 하늘을 보고, 그러다가 너무 늦다 싶으면 집으로 들어갔다. 같이 들어간 것도 아니다. 늘 志云이 먼저, 그 다음에 夏媛이 자리를 떴다.
‘아니, 내가 왜 지금 그 기집애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하늘에 펼쳐진 검은 비단에 감싸이고 싶다는 듯 하늘을 응시하는 夏媛의 옆모습이 떠올랐다.
‘왜 그 기집애 옆모습 따위를 생각하고 있는 거냐구!’
새들에게 모이를 주던 夏媛의 웃음소리가 생각났다.
‘그 기집애가 웃던 말던 나랑 무슨 상관이야!’
울 것 같은 웃음을 짓는 애였다. 하지만 새들에게 모이를 줄 땐 정말 즐거워보여서, 매혹 당했다.
‘매혹은 개뿔! 그런 비렁뱅이 같은 기집애한테 매혹 당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기다려진다. 그녀와 함께 온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기다린 적 없다구!’
“어? 오늘도 있었네.”
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夏媛의 목소리에 총알 맞은 듯 놀라 비틀거렸다. 넘어질 뻔했는데, 夏媛이 한 팔로 가볍게 志云을 부축했다.
“뭐, 뭐 하는 짓이야!”
志云은 세차게 夏媛을 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