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를 보고나니, 톤이 역사적 판타지, 동화적인 모험담에 가까워 놀랐다. 인물의 심리보다 이야기 자체의 속도와 위트가 부각되고 코미디도 무척 많다. 촬영 전 인터뷰에서는 코믹한 대목이 많은 영화는 아니라고 했었는데, 도중에 변화가 생긴 건가.
=의도는 원래 있었지만 강도의 차이는 생겼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유머의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 흘려보내지 않고 약간 더 파고든 결과다. 하정우의 백작 역에는 처음부터 유머를 기대했지만, 숙희 역의 김태리에게서 예기치 못한 표정들을 많이 봤다. 예를 들어 히데코(김민희)가 숙희에게 신발이 그득한 장을 보여주며 “난 갈 데가 없잖아”라고 설명하는 장면을 보자. 숙희가 “응? 갈 곳이 없는 게 왜 신발이 많은 이유지? 반대 아냐?” 하듯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나 혼자 웃는 대목이다. 장갑 서랍을 하나씩 열어 보이며 꼬박꼬박 아가씨 눈치를 살피는 숙희 얼굴도 무척 귀엽고, 엉엉 울다가 갑자기 멈추고 궁금한 거 물어보는 순간도 정말 사랑스럽게 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