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 화초서생!”
라온은 눈을 번쩍 떴다. 잠이 묻은 몽롱한 시선으로 그녀는 멍하니 천 장을 응시했다. 텅 빈 대들보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전신을 포근히 감싸주었던 화사한 꽃잎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 잠깐 졸았나 보네.”
손등으로 눈가를 비비며 라온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
“으하아암 ...... 흐억!”
“이제 깼느냐?”
한껏 기지개를 켜는 찰나, 어깨 너머로 불쑥 유백색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화초서생이었다. 라온은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그 얼굴을 잠시 바라봤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아직 잠이 덜 깼나?”
“잠꼬대가 심하구나 ”
아! 꿈이 아니다 . 진짜 화초서생이었다 .
이제야 어찌 된 상황인지 감이 왔다. 강경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던 중에 잠시 졸았고, 그사이 화초서생이 자선당을 찾은 것이리라. 하고 생각하느라 눈만 깜빡이던 라온은 얼굴 가득 해사한 웃음을 떠올렸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화초서생이었다. 조금 전 꿈에서 그를 봤던 지라 반가움이 배는 더했다.
그런데......나, 화초서생! 하며 잠꼬대하지 않았나?
라온은 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
“혹시 …… 언제 오신 겁니까 ? "
“네가 ‘너의 김 형’ 과 나를 애타게 찾을 때부터.”
영이 태연한 얼굴로 대답했다.
“......!”
하필이면 그때 그런 꿈을 꿀 건 뭐람.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에 라온 은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그런 라온의 마음일랑은 알 리 없다는 듯 등 뒤로 다가온 영은 팔을 뻗어 책상 위의 서책을 가리켰다 .
“이 문장 .......”
“네?”
“이 문장의 뜻풀이가 잘못되었다.”
“그렇습니까?”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라온이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잠시 해야 할 공부가 산더미란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병연이 없어 혼자 공부를 하던 참이었다. 마침 잘되었다는 생각에 라온은 책상 을 끌고 영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
“그럼 이건 어찌 뜻풀이를 하면 좋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