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언제? 나는 분명 논어라고 했을 뿐, 강경 시험이 거기서 나온다 고는 말하지 않았다.”
마종자는 뻔뻔한 말과 함께 유유히 마당 저 끝으로 사라졌다.
“......”
라온은 이를 악물었다. 이 시험, 라온에겐 그 의미가 결코 평범하지 않 은 시험이었다. 다른 이들에겐 그저 지나가는 통과의례일지 모르나, 그 녀에겐 가족과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통로였던 것이다. 그런데 마종자의 장난에 그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되었다.
“마 내관님은 어째서 저를 미워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라온이 억울한 목소리로 도기에게 말했다.
“미워하는게 아니라네.”
“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찌하여 이리 골탕을 먹인단 말입니까?”
“저 개종자는 원래 그런 놈이라네.”
도기의 한마디에 라온은 침묵하고 말았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놈’은 없다. 그것이 나쁜 방향이든, 좋은 쪽이든 ‘그런 사람’이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마 내관에게 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 종자, 저 나쁜 인간 때문에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김 형 께서 수고해준 것까지도 모두.
다른 무엇보다도 그것이 가장 억울하게 느껴졌다 . 이를 악문 라온의 눈 에 눈물이 들어찼다